제5회 관악 토론 한마당 대회취지문
우리는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있는가?
올 해 초부터 승차 공유제인 ‘타다’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택시 업계의 반발이 거세어지는 가운데 급기야 지난 5월 15일에는 ‘타다’를 반대하는 택시기사의 분신이 이어졌다. 지난 5월 하순에서 6월 초까지 서울 광장에서는 성 다양성의 인정을 요구하는 퀴어 축제가 열렸고, 축제현장 근처에서는 동시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부 종교 단체의 집회도 함께 열렸다. 이와 같이 어떤 사항을 요구 또는 주장하는 사람들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 간에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현상들이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된 지는 오래이다.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은 영호남 간의 지역 갈등, 보수-진보 진영 간의 이념 갈등, 노사 갈등, 노소 간의 세대 갈등, 남녀 간의 성별 갈등, 환경 보존론자들과 개발론자들 사이의 개발 갈등, 빈부 갈등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또한 그 갈등의 정도도 매우 심각한 상태여서, 2019년 6월 4일에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80% 이상이 한국 사회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적 시각에서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프랑스의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이 2018년 세계 125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노사협력 수준이 120위로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2019. 1. 29 매일경제), OECD에 따르면 2016년도 한국의 사회 갈등 지수가 1.88로, 멕시코 3.92, 터키 2.46에 이어 OECD 34개 회원국 중 3위로 높았다. 이 사회 갈등 지수 수치는 OECD 평균 1.13보다 매우 높고, 갈등상태가 점점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 표출의 증가 현상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강압적으로 억누르던 독재 정권이 퇴진함으로 말미암아 잠재되어 있던 갈등이 동시적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민주화의 진전과 더불어 증폭된 우리 사회의 갈등은 한편으로는 부와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과 집단에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의 인정과 존중을 둘러싸고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보다 정의로운 사회의 실현을 위한 욕구가 활발하게 분출되고 있다는 증거로서 일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렇게 개인의 욕구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독일의 사회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인정 투쟁이라고 한다. 그는 자기보존을 위한 인정 투쟁을 근대사회의 철학적 토대라고 주장한다. 욕구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것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억눌리고 있으면서도 잠자코 있다면 이러한 사회는 건전한 사회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타협이 없는 무한투쟁이라는 데 있다. 즉 갈등의 상대방이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확대 재생산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욕구는 강하면서도 상대방의 권리는 허용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우리 사회의 갈등의 특징이다. 일반적인 갈등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투쟁을 하다가 서로의 이익을 위하여 타협함으로써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 정상이다. 게임이론으로 설명하자면 우리 사회의 갈등 당사자들은 전형적인 비협조게임에서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있는 것이다. 합리성을 갖춘 게임자라면 반복적인 게임 상황에서는 협조게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인데, 반복적 게임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비협조게임을 하는 것이 한국 사회 갈등의 구조이다. 문제의 본질은 상대방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데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있는가?
한국 사회의 갈등 현상은 분명히 우리에게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 반대하다가 타협점을 찾음으로써 상대방의 인정투쟁을 용인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현실에서는 서로가 끝까지 투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에게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근거로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수 있으며, 타자의 권리를 부정함으로써 얻어지는 이득은 무엇일까?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 사회 현실을 보면 우리에게는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므로 타자도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에게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타자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주장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으며, 타자의 권리를 인정해야 함에도 우리는 왜 타자의 인정 투쟁을 용인하지 않는 것일까?
(단지 추상적인 논변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당사자들 중의 한편에 서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할 것)
우수 토론 수상팀
상장 구분 | 팀명 |
---|---|
대상 | Berlin |
금상 | 두라잇 |
은상 | 호네이저 |
은상 | 켠김에 왕까지 |
동상 | 썬데이모닝 |
동상 | 이사해 베를린 |
동상 | 대담 |
동상 | 진또배기 |
장려상 | 휴부짱 |
장려상 | 말토조아 |
장려상 | 말토a팀 |
장려상 | 토론킹왕짱 |
장려상 | 라이언 |
장려상 | 마카롱은 맛있어 |
장려상 | 잉여형제 |
장려상 | 영양가 있는 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