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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통해 학생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 작성자liberaledu
  • 날짜2020-11-30 02:20:17
  • 조회수1034

안녕하세요, 기초교육원 학생기자 이용진입니다. 오늘은 기초교육원에서 주최하는 주요 행사 중에서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2015년 처음 개최된 이래 올해로 벌써 6회째를 맞은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은 매해 각기 다른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만든 다양한 30초에서 3분 안팎의 자유 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정말 뜻깊고도 재미있는 행사인데요. 최근 학생들의 영상촬영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가 거듭될수록 참신하고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출품돼 그 열기가 뜨거웠다고 합니다. 올해는 ‘색’이라는 주제로 8월 3일부터 10월 5일까지 서울대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로부터 공모를 받았고, 이 가운데 10팀이 본선에 올랐습니다. 지난 11월 5일 열린 시상식에서는 본선에 오른 10팀의 영상과 함께 심사위원 분들의 총평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특히 청중평가단 역시 현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영상을 뽑는 청중평가단 시상도 현장에서 진행됐습니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지난 11월 5일 기초교육원에서 제6회 휴먼튜브 영상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색맹의 섬 영상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P3PCsXJXfmw&feature=youtu.be

대상 : ‘색맹의 섬’ - 이시영(정치외교학부 16), 송민경(언론정보학과 16)
이번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 대상의 영예는 ‘색맹의 섬’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작품은 ‘투명한 물방울 색’의 진주버섯이 섬을 푸른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는 비상 경보가 발령된 색맹의 섬 ‘핀지랩’에서 버섯을 찾으러 나선 연구진들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연구진들은 파랗게 물든 산 속에서 연구진들은 몽타주와 실루엣이 비슷한 버섯 하나를 발견하는데요. 이제 색만 확인하면 되지만 이들은 모두 다른 색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는 투명한 물방울 색, 누군가는 오렌지 색, 또 누군가는 잿빛이라고 하죠. 사실 이들 사이에 정답은 없습니다. ‘색맹의 섬’은 이와 같이 색이 뇌와 감각기관이 만들어내는 환영(illusion)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을 벗어난 스펙트럼의 빛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적외선, 자외선 등 세상을 투영하는 빛의 종류와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심지어 인간 중에서도 소위 ‘정상’ 색각과는 구분되는 ‘이상’ 색각이 존재하죠. 송민경 씨는 그러나 그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조차 실은 매우 임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진주버섯을 찾아나서는 네 사람의 여정이 실은 어떤 불변하는 절대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며, “‘색맹의 섬’은 그러한 믿음을 액체처럼 흐물거리며 녹아내리는 푸른 빛으로 무너뜨리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색맹의 섬’의 어떠한 점을 높이 평가해 대상으로 선정했을까요? 심사위원 이광훈 강사(디자인학부)는 이 작품이 여타 다른 작품들처럼 색에 대한 개인적, 내면적 관념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문화적, 사회적 코드로서의 색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점이 매우 참신했으며, 특히 색에 대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소개함으로써 하나의 사물에 대한 다른 색상들을 관객에게 제시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예를 들면 색안경을 끼고 볼 때나 다른 색상의 빛이 비칠 때와 같이 각기 다른 현상으로 인해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물방울의 색들을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다차원적인 색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죠.
 
‘색맹의 섬’의 높은 완성도에도 심사위원들의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색맹의 섬’은 다른 영상과 달리 나레이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줄거리가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특히 등장하는 4명의 인물이 사실은 동일 배우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처럼 한 화면에 동일인물을 다수 등장시키고 인물과 배경을 분리해 배경 색상을 가공하기 위해 작가들은 블루 스크린 대신 각 프레임 속에서 인물의 외곽선을 분리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요. 이는 가장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섬세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정성으로 인해 ‘색맹의 섬’은 매우 높은 시각적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작품의 완성도는 이미지의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가공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이 시간을 사용하는 편집의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배경을 보여주는 시간, 등장인물을 보여주는 시간, 관찰 대상을 보여주는 시간, 마지막에 등장인물들이 일렬로 보행하는 장면에 할애된 시간 등 이미지로 스토리를 서술하는 과정에 따르는 호흡 또한 매우 안정적이라고 심사위원들은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이시영 씨는 입학 후 지금까지 한 번을 제외하고는 매년 참가할 만큼 이 공모전에 대한 애착이 큰데요. 이러한 애착이 영상에 대한 정성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올해 그 결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시영 씨는 “삼 세 번의 도전 끝에 대상을 수상해 무척 기쁘다”며 “이제는 기쁜 마음으로 졸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광어 영상 링크 : https://vimeo.com/464926061

컨텐츠 부문 최우수상 : ‘광어’ - 김윤범(미학과 15), 이경은(미학과 15)
기초교육원 운영위원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영상에 대해 시상하는 콘텐츠 부문의 최우수상은 ‘광어’ 팀에게 돌아갔습니다. ‘광어’는 광어를 찾아 카메라를 들고 수산시장으로 향한 한 남자를 보여줍니다. 김윤범 씨는 ‘색’이라는 주제를 듣고, 색각이라는 감각의 번역 불가능성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합니다. 색에 대한 감각은 각자의 고유한 감각이고, 우리는 그렇게 지각한 색을 남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김윤범 씨는 “빨간색을 본 적 없는 누군가에게 ‘빨강’이라는 색을 말로 설명해주기는 몹시 곤란한 일이며, 만약 어떻게 해서 설명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그의 ‘빨강’과 나의 ‘빨강’이 같은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광어’ 팀은 ‘색’이 우리 모두가 처해있는 근본적인 고립과 시점의 한계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고,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그리고 카메라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영상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광어’는 다채로운 색의 리듬을 산, 강, 바다, 하늘의 자연이 아니라 수산시장이라는 의외의 장소에서 찾았습니다. 심사위원 신정훈 교수(서양화과)는 횟감 수조의 파랑과 점포 간판의 분홍, 방수 앞치마의 빨강과 저울, 소주병, 그리고 고추냉이의 초록을 언급하며 “아마도 작품 ‘광어’ 이전과 이후로 수산시장에 대한 경험은 다른 것이 될는지 모르겠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광어’에서 최근 수산시장 현대화를 둘러싼 수협과 상인 간의 갈등을 드러내는 시위 현수막의 빨강이 다채로운 색의 향연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섣부른 판정을 내리는 대신 거리를 유지한 채 무성영화 전성기 시절 버스터 키튼 특유의 무표정을 포착했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라며, 이를 통해 ‘색’이 조형적이고 시각적 자극을 넘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로 기능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광어’는 동일한 것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누구에게는 상식적인 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빈번히 마주하게 되는 삶의 구조를 상기시킵니다. 신정훈 교수는 “의외의 장소의 영상을 통해 색을 구사하면서 색에 관해 생각하고 이를 사회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려고 했다는 점에서 수작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윤범 씨는 “직접 각본을 쓰고 영상을 연출해본 것은 처음인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기쁘다”고 말하며, 수상의 영예를 동료들에게 돌렸습니다. 특히 독자적인 작품을 출품한 탓에 ‘광어’의 공식 팀원으로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영상 제작에 함께 해준 팀원들 역시 각자의 작품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며 더욱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이경은 씨 역시 ‘색’이라는 주제를 넘어, 같은 것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우리가 서로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영상을 만들 수 있어 행복했다고 전했습니다.

 

 

쑥색떡 영상 링크 : https://vimeo.com/465022987

공감 부문 최우수상 : ‘쑥색떡’ - 최현건(전기정보공학부 16), 김근호(언론정보학과 15)
학생 평가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에 대해 시상하는 공감 부문의 최우수상은 ‘쑥색떡’ 팀에게 돌아갔습니다. 최현건 씨는 ‘색’이라는 테마 아래 정말 많은 주제를 떠올렸었다며, 다른 영상들과 겹치지 않는 독특한 주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쑥색떡’ 팀은 색 자체가 가지는 표면적인 의미를 벗어나 색으로 대표되는 대상화에 대해 풀어냈는데요. 김근호 씨는 ‘쑥색떡’이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합니다. ‘쑥색떡’의 주인공 쑥색떡은 인간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맛있는 떡이 되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는 몸에 꿀을 넣고 싶어했죠.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쑥색떡은 꿀떡과 같은 색의 떡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마침내 그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시 부엌이라는 황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김근호 씨는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인간의 외연은 개개인을 평가하는 가장 폭력적인 척도로 사용돼왔다”며, 이 영상을 통해 정체성으로서의 색을 받아들이고 그 운명을 감내하여 초월적인 존재가 되는 영웅담을 그리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쑥색떡’은 한 프레임씩 정지된 영상을 촬영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다소 독특한 형식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입니다. 웨스 앤더스의 <개들의 섬>이나 팀 버튼의 <유령 신부>, <웰레스 앤 그래밋> 등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현재도 상당히 매력적인 영화에 사용되는 기술입니다. 심사위원들은 ‘쑥색떡’이 그러한 기성 작품들 못지않은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쑥색떡’은 “색은 같아도 같은 떡이 아니다”라는 명대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주변을 나누고 구분하며 차별하는 상황을 상징적이면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현건 씨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희의 영상을 보면서 웃을 수 있었다는 게 참 행복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영상 작업을 하며 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웃음이나 즐거움과 같은 종류의 감정을 직접 전달하는 게 참 쉽지 않다는 점을 항상 느껴왔는데, 이번 ‘쑥색떡’ 영상을 통해 그러한 어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시청자들과 소통이 잘 되어서 뿌듯하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수상작들을 어떻게 보셨나요? 아마추어 학생들이 제작한 짧은 영상이지만, 쟁쟁한 경쟁을 뚫고 영예로운 수상을 한 작품들인만큼 누가 봐도 개성있고 인상깊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유튜브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영향으로 서울대 학생들도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좋은 기회를 몰라서 지원하지 못했거나, 올해 아쉬운 결과를 얻으신 분들은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내년에도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은 새로운 주제로 다시 찾아올 테니까요. 그럼 지금까지 기초교육원 학생기자 이용진이었습니다.

 

전체 수상작 영상 링크 : https://liberaledu.snu.ac.kr/node/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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