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융합주제강좌 <자유와 선택> 소개 – 인문학, 자연과학, 그리고 법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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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2020-10-20 11: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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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초교육원 블로그 학생기자 이용진입니다. 여러분은 서울대학교에 개설된 융합주제강좌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융합주제강좌는 기초교육원에서 2015년에 처음 개설한 교과목으로, 대규모 강의와 함께 소규모 튜터링을 병행하는 독특한 운영 방식 및 학문적 개방성으로 학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끌고 있는 과목입니다. 기초교육원에서는 이 교과목을 “삶의 핵심적 주제에 대하여 학제적으로 성찰하는 융합형 교과목”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융합주제강좌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여러 학문적 이해들이 서로 차별화되는 것을 확인하며 동시에 이들 간의 발전적, 통합적 이해의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교과목입니다(『서울대학교 기초교양교육』, 2020). 2015년에 처음 개설된 <인간한 개론-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시작으로, <행복>, <생명>이 개설되어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2019년부터 기초교육원에서는 다양한 융합주제강좌를 추가로 개발하기 시작하였고, 2019년 2학기에 <미래>, 2020년 1학기에 <악>, <기술혁신>이 신설되었습니다. 2020년 2학기에는 <인간과 동물>, <기술혁신과 미래조망>, 그리고 <자유와 선택>, 총 3개 교과목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처럼 지난 5년간 질적, 양적 측면에서 성장해온 융합주제강좌는 글쓰기, 토론, 작품 제작 등 다양한 학생 주도적 활동을 유도함으로써 능동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해왔습니다.
오늘은 이 가운데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융합주제강좌 – 자유와 선택’ 교과목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고, 사랑하고, 공동체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아가다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유와 선택’ 교과목은 바로 이와 같은 우리 삶의 각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각 개인의 판단과 선택에 주목합니다. 각 과정에서의 ‘자유와 선택’에서 생물학적 요인과 외적 요인, 그리고 공동체적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생물학, 인문학, 법철학을 전공한 세 분의 교수님의 각자의 전공의 시각에서 바라본 ‘자유와 선택’의 문제를 소개합니다. 학생들은 교수님들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통해서 각 분야 간 경계를 넘어선 융합적인 통찰을 통해 각 과정에서 ‘자유와 선택’이 지니는 폭과 깊이, 무게에 대해 성찰하게 됩니다. 이 기사에서는 ‘자유와 선택’ 교과목을 강의하고 계시는 세 분의 교수님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저녁, 호암교수회관의 한 별실에서는 열띤 회의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바로 ‘융합주제강좌 – 자유와 선택’ 강의를 하시는 노어노문학과 박종소 교수님, 생명과학부 김재범 교수님, 법학과 김도균 교수님, 그리고 최건 조교(철학과 박사과정)를 비롯한 4명의 대학원생 조교들이 모여 개강 한 달을 맞아 이제까지의 수업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운영 방식에 대한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기초교육원 학생기자도 회의를 참관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교수님들과 대학원생 조교들의 수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회의와 이어진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나온 이야기 가운데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들을 추려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호암교수회관에서 '자유와 선택' 강좌 담당 교수진과 조교들이 중간 점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Q. 지난 9월에는 3주에 걸쳐 세 분의 교수님이 번갈아 가면서 각자 전공의 시각에서 바라본 생명과 탄생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는데요. 독자들에게도 강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최건 조교(철학과 박사과정) : 첫 시간에는 김재범 교수님이 생명과학적 측면에서 사랑과 탄생에 대해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첫 시간인 만큼 모든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였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김도균 교수님이 탄생과 사랑에 관련된 논쟁적인 주제를 소개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성결혼 문제를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지 아니면 사법적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부모가 자식의 유전자를 조작해 슈퍼 아이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다소 분위기가 과열되는 기미도 있었지만, 자신의 주관과는 관계없이 임의로 팀을 나눠 자신에게 배정된 의견을 옹호하는 방식의 토론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박종소 교수님이 인문학적 측면에서 탄생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실존적인 고민을 하는 시간을 마련하셨습니다. 특히 세 명씩 소그룹을 이뤄서 보다 친밀하게 내밀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욱 깊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Q. 강의를 진행하시면서 예상하셨던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재범 교수(생명과학부) : 학생들이 과제를 너무 열심히 해와서 놀랐습니다. 비대면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그래서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교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저희 강좌의 대학원생 조교가 총 5명인데, 처음 조교를 5명 신청할 땐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조교들이 많은 덕분에 한 명의 조교가 15명 안팎의 학생들에 집중해서 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아지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도균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이 수업에서 조교들의 역할이 정말 막중합니다. 저희 교수들이 미리 읽을거리나 수업 관련 내용을 공유하면, 조교들끼리 이에 대해 회의를 진행하고 더 나은 수업 진행 방향을 고민해 준비해갑니다. 조교들이 저희의 강의 방향을 잘 구체화한 덕분에 강좌의 목표가 잘 실현된 것 같습니다. 조교들이 일종의 ‘현장 사령관’ 역할을 하는 셈이죠.
Q. 다른 강의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 비중이 큰 수업인 만큼 비대면으로 진행됨에 따라 발생하는 애로사항이 더 클 것 같습니다.
최건 조교 : 확실히 토론 수업이 많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열띤 토론 가운데는 서로의 말이 겹치는 일도 다반사고, 중간에 사회자 역할을 하는 조교들이 개입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하지만 zoom을 이용한 원격 토론 시에는 한 번에 여러 사람의 오디오가 겹칠 수 없기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탓에 익명성 뒤에 숨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대면 수업일 경우 바로 옆에 다른 학생들이 자리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게 되지만, 비대면으로 진행될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의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는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학기가 시작할 때 조교들이 혐오 발언에 대해선 엄격히 금지한다는 방침을 강조하는 등 최대한 원활하게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융합주제강좌가 다른 강좌들과 비교해 갖는 의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종소 교수(노어노문학과) :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 자신의 전공 과목을 중심으로 수강하고 공부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깊이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되지만, 반대급부로 그만큼 시야의 폭은 좁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전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학제간(interdisciplinary) 시각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 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사실 처음 이 강좌를 맡았을 때는 ‘과연 진짜 융합이 될까?’라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각 주제에 대한 세 명의 교수의 강의가 따로 놀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강좌를 진행하면서 실제로 융합이 이뤄지고 있음을 많이 느낍니다. 저희 교수들이 인위적으로 내용을 혼합해서 만들어지는 융합이 아니라, 학생들이 같은 주제를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접함으로써 스스로 공부하고 찾아나가면서 자연스레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이 강좌를 통해 꼭 얻어가기를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박종소 교수 : ‘낯설게 하기’라는 문학 용어가 있어요. 기존에 이미 일상화되어 고정된 관념이 확립된 사물에 대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측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일부러 낯설게 느끼도록 하는 개념이죠. 이처럼 문학이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우리 강좌를 통해 학생들이 한 주제를 여러 시각에서 접함으로써 관념적으로 받아들였던 개념과 생각들을 변화시켜나가기를 바랍니다. 또한 토론은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내 생각이 변화할 여지가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 강좌에서 많은 토론 경험을 통해 이러한 토론의 진짜 의미와 역할을 확인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융합주제강좌 – 자유와 선택’는 학생들의 토론이 절반을 차지하고, 매주 1000자 분량의 요약문과 학기당 1~2회의 에세이를 써야 할 만큼 꽤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과목입니다. 하지만 어떤 학생은 서로 다른 주제의 융합주제강좌 과목들을 여러 번 수강하기도 하고 박종소 교수님의 수업을 학부 시절 수강했던 학생이 대학원생이 되어 수강하는 등,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결은 아마도 추석 연휴 전날 밤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강의를 만들 수 있을지 열띤 토론을 할 만큼 강좌에 큰 열정을 쏟으시는 세 교수님들과 대학원생 조교들의 헌신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다음 학기에는 꼭 한번 수강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럼 지금까지 기초교육원 학생기자 이용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