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제 5회 SNU 토론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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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2019-12-02 21: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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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차유림(자유전공학부) 학생의 후기글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학생기자 이슬아입니다.
벌써 12월, 어느새 2019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다들 한 해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오늘 기사와 함께 올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되돌아보며 같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 13일,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있는가?”를 주제로 <제 5회 SNU 토론한마당>이 진행되었는데요, 대회에 참가한 차유림(자유전공학부) 학생이 소중한 후기를 보내주셨답니다. 차유림 학생과 함께 <제 5회 SNU 토론한마당>의 현장에 들어가 보실까요?!?
#기초교육원_토론한마당차유림(자유전공학부)
여러분은 우리에게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러분 모두 이 질문에 대한 각자만의 생각을 가지고 계실 텐데요.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많은 흥미로운 주제라는 데 여러분도 모두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질문을 주제로 자유로운 생각을 나누고 싶어 할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위해, 기초교육원에서는 2015년부터 매년 가을마다 우리 사회에서 꼭 던져봐야 할 질문을 가지고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해왔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는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주제로 학생들 간의 열띤 토론의 한 마당이 열려서 그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토론한마당 측은 위 주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을 담은 취지문을 통해 제5회 SNU 토론한마당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승차 공유제인 ‘타다’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택시 업계의 반발이 거세어지는 가운데 급기야 지난 5월 15일에는 ‘타다’를 반대하는 택시기사의 분신이 이어졌다. 지난 5월 하순에서 6월 초까지 서울 광장에서는 성 다양성의 인정을 요구하는 퀴어 축제가 열렸고, 축제현장 근처에서는 동시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부 종교 단체의 집회도 함께 열렸다. 이와 같이 어떤 사항을 요구 또는 주장하는 사람들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 간에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현상들이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된 지는 오래이다.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은 영호남 간의 지역 갈등, 보수-진보 진영 간의 이념 갈등, 노사 갈등, 노소간의 세대 갈등, 남녀 간의 성별 갈등, 환경 보존론자들과 개발론자들 사이의 개발 갈등, 빈부 갈등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또한 그 갈등의 정도도 매우 심각한 상태여서, 2019년 6월 4일에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80% 이상이 한국 사회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적 시각에서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프랑스의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이 2018년 세계 125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노사협력 수준이 120위로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2019. 1. 29 매일경제), OECD에 따르면 2016년도 한국의 사회 갈등 지수가 1.88로, 멕시코 3.92, 터키 2.46에 이어 OECD 34개 회원국 중 3위로 높았다. 이 사회 갈등 지수 수치는 OECD 평균 1.13보다 매우 높고, 갈등상태가 점점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그러나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타협이 없는 무한투쟁이라는 데 있다. 즉 갈등의 상대방이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확대 재생산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욕구는 강하면서도 상대방의 권리는 허용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우리 사회의 갈등의 특징이다. 일반적인 갈등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투쟁을 하다가 서로의 이익을 위하여 타협함으로써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 정상이다. 게임이론으로 설명하자면 우리 사회의 갈등 당사자들은 전형적인 비협조게임에서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있는 것이다. 합리성을 갖춘 게임자라면 반복적인 게임 상황에서는 협조게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인데, 반복적 게임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비협조게임을 하는 것이 한국 사회 갈등의 구조이다. 문제의 본질은 상대방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데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있는가? "
기초교육원에서는 본선이 치러지기 한 달 전인 8월 1일부터 9월 31일까지 두 달 간 위 주제를 가지고 입론서를 제출받았는데요. 예선에는 무려 63팀의 학생들이 입론서를 제출해주었습니다! 한 팀에 팀원수 제한이 2명에서 5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150명의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SNU 토론한마당에 지원해주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입론서를 제출한 총 63팀을 대상으로 전문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진행하였고,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16팀이 본선 당일 뜨거운 토론의 과정을 통해 행사의 대미를 장식해주었습니다. 당일 시상식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토론한마당_본선_16강
다음은 본선 16강에 진출한 열여섯 팀인데요. 일단, 본선에 진출한 것만으로 모든 팀들이 제5회 SNU 토론한마당의 수상 팀이 된 것이기 때문에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네요!
『 베를린 · 토론킹왕짱 · 말토조아 · 대담 · 호네이저 · 라이언 · 썬데이모닝 · 잉여형제 · 두라잇 · 영양가 있는 사회 · 이사해 베를린 · 말토a팀 · 휴부짱 · 진또배기 · 켠김에 왕까지 · 마카롱은 맛있어 』
총 16개 팀 중 켠김에 왕까지 팀은 이번 토론한마당 본선 진출 팀들 중 가장 많은 수인 5명의 팀원으로 이루어진 팀을 구성하여 4강까지 진출하였습니다. 깔끔하게 맞춰온 블랙 톤의 착장만큼이나 훌륭한 팀워크를 보여준 팀이었습니다.
그리고 말토조아, 말토a팀 등 '말토'라는 단어가 눈에 띄는데요. 알고 보니, 기초교육원에서 개설하는 '말하기와 토론'이라는 교양 수업을 이번 학기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이 팀을 구성하여 토론한마당에 참여한 것이더라고요! 이외에도, 호네이저, 두라잇, 마카롱은 맛있어 등 많은 팀들이 기초교육원의 교양수업을 수강하고 토론의 과정에 깊은 흥미를 느껴 이번 SNU 토론한마당에 참여한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요. 여러분도 '말하기와 토론' 수업을 통해 토론 실력을 잔뜩 향상시키고 다음해 열릴 SNU 토론한마당에 참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본선 당일 아침부터 모인 16개의 팀들은 기초교육원에서 제공해주는 김밥과 물을 통해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16강에 임할 수 있었는데요. 총 8개의 토론 8개의 장소에서 열리는 만큼 모든 토론 과정을 지켜볼 수는 없었으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열여섯 팀의 열띤 토론의 열기만큼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16강이 진행되고 약 40분 후, 첫 토론을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온 각 팀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8강 진출 팀 호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8강 진출 팀 호명 직후, 탈락의 고배를 마신 팀들이 서로의 팀원을 격려하고, 또 진출 팀과 미진출 팀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16강과 동일한 방식으로 3번의 경기를 거쳐 결승에 진출한 팀은 바로 켠김에 왕까지 팀을 이기고 올라온 두라잇과 호네이저 팀을 이기고 올라온 베를린 팀이었습니다!
#토론한마당_결승
드디어, 결승이 진행되었습니다. 두라잇과 베를린 팀의 결승에는 바쁜 시간을 내어 참석해주신 총장님과 여러 심사위원분들이 자리해주셨는데요. 그 외에도 토론한마당 결승을 구경하기 위해 와주신 수많은 서울대학교 구성원분들 덕분에 토론장에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제5회 SNU 토론한마당의 뜨거운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답니다.결승에 올라온 두 팀은 대상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는데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젠더 갈등, 성 소수자 문제, 젠트리피케이션, 리얼돌 수입 등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두 팀 모두 각자만의 논리를 펼쳐나갔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흥미진진하고 긴박한 토론이었답니다.
두라잇팀(왼쪽)과 베를린팀(오른쪽)의 결승 장면. (출처: 기초교육원)
한 시간여의 토론을 마친 두 팀은 마지막 주장2팀의 최종발언이 끝나자마자 희미한 미소를 띠며 후련하다는 표정을 보였는데요. 방전된 듯 긴장이 풀린 두 팀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시상식이 아니라 바로 바로 청중 질의응답 시간이었습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토론을 보여준 만큼 심사위원분들도 우승팀을 가리기 힘드셨던 거겠지요. 심사위원분들이 우승자를 선정하는 동안 두라잇과 베를린 팀은 거의 30분이 넘게 진행된 청중 질의응답에 임해야 했답니다. 주목할 점은, 결승 또는 준결승을 앞두고 안타깝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본선 진출 팀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두 팀에게 질문을 던졌다는 것입니다. 토론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토론한마당에 임하는 자세가 얼마나 열정적인지 느낄 수 있었답니다.
청중 질의 응답 시간의 모습. (출처: 기초교육원)
그리고 제5회 토론한마당의 우승자를 발표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대상 팀의 탄생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는데요. 우승팀은 바로 베를린 팀이었습니다! 베를린 팀은 결승에서 '우리는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을 펼쳐나간 팀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를 활용한 입론을 펼쳐주었고 상호질의응답, 반론, 자유토론에서 두라잇 팀의 날카로운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재준 기초교육원장님께서 우수상을 시상하고 있다. (출처: 기초교육원)
어쩔 수 없이 승자를 가려야 하는 토론대회의 형태를 띠었던 만큼 열여섯 팀들 중 어떤 팀은 토너먼트 과정에서 이른 탈락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 종일 기초교육원을 뜨겁게 달구었던 토론의 열기를 볼 때, 모든 본선 진출 팀들이 이번 토론한마당에서 상 외에도 많은 것들을 얻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매일 '우리에게 타자의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있는가' 치열하게 고민하며 토론을 준비해온 열여섯 팀들이 만족스러운 경험을 가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본선에 진출한 열여섯 팀 모두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여러분, (비록 한달이나 지났지만) 후끈한 토론 한마당의 열기가 느껴지셨나요??
우리 사회에,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고 의미 깊은 것 같아요!!
뜻깊은 경험을 나누어 주신 차유림 학생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오늘은 이만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제 6회 SNU 토론한마당>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분은 토론한마당 홈페이지(http://debate.snu.ac.kr/)를 참고해 주세요!